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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장을 볼 때 항상 미용 제품 통로에서 "이거 사용하면 라이트닝이 되는 걸까"며 서로 해봐라, 

싫다, 티격태격했는데 결과물이 얼마나 망할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이번에 결국 사 와버렸습니다.


인상적인 파스텔 핑크


검색을 해보니 자연 모발이 어두운 빛을 띄는 사람들은 얘기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원래 금발이라는 사람들로부터 조차 색이 잘 물들지 않더라는 부정적인 후기가 워낙 많길래 큰 기대 없이 상자를 뜯었습니다.


설명서를 펼치니 까만 비닐장갑이 맞이해 줍니다


먼저 플라스틱 병의 마개를 열고, 뚜껑을 완전히 열어서 튜브약을 그 안에 짜야 합니다.

그리고 뚜껑을 다시 닫고 나서 검지로 마개 입구를 막은 채 눈을 향하지 않도록 반대 방향으로 손에 쥐신 후


아주



많이




매우





무진장






엄청나게







마치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큼



육안으로 보기에도 딸기우유 색을 띌 때까지

계속 흔들어 주셔야 합니다.


저는 약 5분? 혹은 그 이상으로 섞었던 것 같아요 ㅇ<-<


셀프 염색을 자주 해본 사람에겐 너무나 기본적인 지식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런 건 사용 설명서에 언급해줬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런 파스텔 색상은..


처음 3분 정도는 아무리 흔들어 섞어도 색상 변화가 미미하길래 그냥 하얀색을 띄는 염색약인가보다 싶었는데, 열심히 흔들다 보니 그제야 약하게 핑크색이 돌기 시작하고 이게 얼마나 더 진해져야 다 섞인 건지 모르겠어서 조금 더 오래 섞은 감도 있어요.



양손을 다 쓰느라 사진을 못 찍어서 기억나는 대로 그림판에 슥슥.

파스텔 핑크라기엔 다소 보라색이 섞인 느낌입니다.


이걸 뿌리 부분에 짠 후, 손 빗질로 염색약을 입힙니다. 20분 후에 여전히 장갑을 낀 손으로 미지근한 물에 염색물이 모두 빠질 때까지 씻은 후, 동봉된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씻어낸 다음 스타일링하라고 되어 있었지만..


집에서 하는 염색이 너무 오랜만이었던 데다가 기장이 길어서 20분은 훌쩍 넘겼지 싶어요.





그리고 결과는:




머리를 감으라는 얘기가 없는 설명서를 무시하고 샴푸로 머리를 감은 후,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는데 어째 머리 색이 점점 밝아진다 싶더니만 핑크 브라운이 되었습니다... ㅇ>-<


당연히 표지에 보이는 파스텔 색상이 자연 모발로부터 나올 리 만무하고 잘돼봤자 햇빛을 받아야 색이 겨우 보이겠거니 했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색이 밝게 나와서 제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모발이 가느다란 편이라서 그럴 지도..?

뿌리로부터 자란 자연모가 어디였는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일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금발이 자연 모발임에도 실패했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염색약을 섞는 과정에서 충분히 섞지 않은 게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결론:


미용실 가격보다 저렴하게 기분전환 + 낮은 기대치로 실험해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

정확히 표지의 파스텔 색상을 원하신다면 미용실에 가시는 게 가장 안전할 것 같아요 ๑•‿•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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